오래 전 온라인 게임 업체에서 고객센터 GM이 자리를 비운사이 고객으로 부터 전화가 한통걸려왔다. 아들이 게임을 하려 하는데 설치를 할 수 없으니 방법을 알려달라는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의 어머니의 목소리 인 것 같았다. 게임 클라이언트 설치는 무척이나 쉽기에(그냥 파일을 받고 실행하여 '다음'버튼을 연타하기만 하면 된다.) 이런 문의가 오나 싶기도 했는데... 역시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이러한 일이 어렵기도 또한 쉽기도 하겠구나 생각이 들면서, 고객센터는 없어지지 않겠구나 확신이 들었다.
몇년 뒤 클라이언트를 직접 받는 방법이 아닌 웹런처를 통해 바로 설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에 적용되었다. 고객의 서비스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 그것이 핵심이었다. 달리 말하면 고객이 게임을 하지 못했다면, 잘 설치 못한게 아니라 개발사에서 쉽게 게임을 플레이 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학부시절 교수님이 이런 말씀은 하신적이 있다.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면, 사용자의 문제일까 기계의 문제일까?"
급발진이나 제품의 하자가 없는 한 당연히 사용자 부주의로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교수님의 생각은 조금 다르셨다. 어쩌면 그 사로를 미연에 방지할 시스템이 없어서 그런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머리속이 휑 해지면서,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주차시 접촉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자동주차 시스템, 네비게이션이 GPS의 경로를 분석하여 졸음운전을 방지, 전 후방에 양옆의 센서가 사람의 이동을 감지해서 충돌을 최소화 시켜주는 시스템등이 벌써 나와있다.
자동 주차 시스템
애플의 미니멀리즘은 유명하다. 인터페이스를 단순화 했다는 의미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고객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미니멀리즘은 크게 의미를 가진다. 가장 대표적인 기능들만 보여주고, 사람들에게 굳이 방법을 학습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게 하는 것, 고객의 고민을 덜어주는 것, 그것이 최고라 생각한 것이다. 그들은 심지어 검색창에 자주사용하지 않는 3%미만의 사용자를 위해 검색옵션을 두는 것보다 빼서 더 깔끔하게 하는 것이 사용자를 위한 제대로 된 방법이라 믿고 있다. 기능만 덕지덕지 붙여 골치아픈 상황을 많이 만드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로 보는 것이다.
음식점의 메뉴 50개를 보여주는 것보다. 추천메뉴 3개를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을 때가 많다. 그런의미에서 Office 2007 부터 인터페이스에 적용된 리본도 훌륭한 사례이다. 사용자의 경험에서 자주 쓰는 기능 버튼을 크게 그리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고객의 실수나 편의를 위해 도입된 것이다.
오피스 2007 리본
기술이 진화해 가면서 피할 수 없는 사람의 실수나 무지도 배려한 시스템이 개발되어 지고 있다. ncsoft의 아이온의 게임내 캐릭터 삭제는 단순히 캐릭터 삭제 버튼을 눌러서 지워지는 것을 막고 있다. 삭제 버튼을 누르면 텍스트 창이 뜨고, '삭제신청'이라고 직접 텍스트 상자에 입력하여야 한다. 이런것도 파장이 클 수 있는 행위에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미래에는 '고객의 실수','고객의 부주의' 라는 말이 사라질 지 모르겠다. 그런것 까지 배려한 시스템이 개발되어야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으니까. 우리는 컴퓨터가 아닌 사람이기에...